공직선거법이란? 유동규 사례로 알아보는 위반 기준 총정리
최근 뉴스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당시 후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송치됐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당시 기사 제목만 보면 "비판도 못하나?"라는 의문이 생기고, 또 어떤 행위가 선거법 위반이고, 어떤 표현은 괜찮은지 헷갈릴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공직선거법’이 정확히 어떤 법인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일반인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은 무엇인지 꼼꼼하게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공직선거법이란?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공직자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입니다.
1994년 ‘대통령선거법’, ‘국회의원선거법’, ‘지방자치단체장선거법’ 등을 통합하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제정되었고, 2005년에 지금의 ‘공직선거법’으로 개칭되었습니다.
이 법은 단순히 선거 절차만 정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운동의 방식, 선거비용, 후보자 등록, 허위사실 공표, 금품 제공 등 부정행위를 예방하고 처벌하는 조항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선거운동이란?
공직선거법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선거운동’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 발언도 선거운동이야?”라고 의문을 갖습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공직선거법 제58조에 따르면 선거운동이란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입니다.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니라, 누가 당선되거나 떨어지도록 유도하는 ‘행동’이 포함되어야 선거운동으로 간주됩니다.
- 예: “A 후보가 되면 나라 망해요. B를 찍어야 해요!” → 선거운동
- 예: “요즘 정치인들 정말 실망스럽네요.” → 단순 의견표시 (선거운동 아님)
다만, 이 판단은 정황에 따라 다르며, 언제, 어디서, 어떤 수단으로, 얼마나 반복적으로, 누구에게 했는지가 모두 고려됩니다.
공직선거법 위반이 되는 사례들
1.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 때의 선거운동
선거운동은 법으로 정해진 기간(예: 대통령 선거는 후보 등록 마감 다음 날부터 선거 전날까지 22일간) 동안만 가능합니다.
그 외 기간에 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의사를 밝히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2. 허위사실 공표
공직선거법 제250조에 따르면, 선거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 예: “저 후보는 예전에 범죄로 처벌받았다더라” (사실 아님)
- 예: “정책이 마음에 안 든다” (개인 의견)
3. 금품 제공
공직선거법 제230조는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돈이나 음식, 물품을 제공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유권자에게 돈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모두 처벌 대상입니다.
4. 특정 장소에서의 확성기 사용
확성장치를 이용한 선거운동은 정해진 시간(오전 7시~오후 9시)에만 가능하며, 지정된 차량·장소에서만 허용됩니다. 비선거 기간에 길거리에서 확성기로 지지·비난 발언을 했다면 위법이 될 수 있습니다.
유동규 사건과 공직선거법 적용 사례
2022년 대선 당시 유동규 씨는 이재명 후보를 비판하고,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4월 7일, 14일, 16일에 각각 했다고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특히 14일, 확성장치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이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연설을 한 부분을 문제 삼았고, 이를 공직선거법 제254조(사전선거운동금지) 및 제254조의2(부정선거운동) 위반으로 송치했습니다.
다만 유 씨가 일부 연설에서 한 “이재명은 거짓말쟁이” 같은 발언에 대해선 ‘개인의 의견표현’으로 보고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적용하지 않음으로 결정했습니다.
- 핵심 쟁점은 단순 비판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향한 공개적 지지/반대 발언에 확성기 등 영향력 있는 수단을 사용했는가 여부입니다.
공직선거법에 대한 오해 바로잡기
오해1: “선거 때 아닌데 누굴 지지하면 다 불법이다?”
- → 아닙니다. 사적 공간에서 친구와 이야기하거나, SNS에서 일상적인 의견을 말하는 정도는 허용됩니다. 다만, 조직적이거나 반복적으로 특정 후보의 당락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이 있으면 위법일 수 있습니다.
오해2: “내가 공무원이 아니니까 무조건 괜찮은 거 아냐?”
- → 일부 직군(공무원, 교사, 언론인 등)은 더 엄격하게 제한됩니다. 심지어 퇴직 예정 공무원이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해도 제재받을 수 있습니다.
오해3: “비판은 괜찮고 지지는 불법이다?”
- → 둘 다 똑같습니다. 지지든 비판이든 선거운동으로 인정되는 시점과 맥락이 중요합니다.
Q&A로 이해하는 공직선거법
Q. 선거운동 기간 전에 SNS로 후보자에 대해 언급하면 안 되나요?
- A. 단순한 의견 표현은 괜찮지만, 특정 후보의 당선을 위한 조직적 홍보나 선동이라면 위법이 될 수 있습니다.
Q. 친구들과 단톡방에서 특정 후보 이야기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나요?
- A. 보통은 사적 대화로 간주되어 문제되지 않지만, 단톡방에 수십 명이 있고 반복적인 선거유도 발언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Q. 유튜브 영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판하면요?
- A. 선거운동 시기가 아닐 경우 영상 게시 자체가 위법이 될 수 있고, 영상이 유료광고나 조직적 활동의 일환이라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사례로 보는 위반과 합법의 경계
합법 사례
- 개인 SNS에 “나는 A후보가 좋아요. 정책이 좋네요”라고 쓴 글
- 친구와 커피 마시며 정치 이야기하는 것
위반 사례
-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현수막을 본인 비용으로 거리에 게시
- 선거운동 기간 외 확성기를 통한 정치 발언
- 회사 회의 시간에 직원들을 상대로 특정 후보 지지 권유
공직선거법은 '공정한 경쟁의 룰'
우리는 종종 "표현의 자유"와 "공정한 선거" 사이에서 혼란을 겪습니다. 공직선거법은 이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존재합니다.
이 법이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간단합니다. 선거는 공정해야 하고, 선거운동은 정해진 규칙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유동규 씨의 사례처럼, 한 개인의 발언이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그만큼 정치적 표현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유롭게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거라는 민감한 시기에는 그 표현이 공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함께 고려해야겠지요.
선거 때마다 복잡하고 헷갈리는 선거법, 미리미리 알고 있으면 뉴스도 더 잘 이해되고, 내 표현의 자유도 더 현명하게 지킬 수 있을 겁니다.